미국 비행기 사고 미스터리, 67명 사망, 군 헬기

미국 워싱턴DC 여객기-군 헬기 충돌 사고... 원인 규명 난항

미국 워싱턴DC 인근에서 발생한 여객기와 군 헬기의 충돌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을 둘러싼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 민간 항공기와 군용 헬기의 충돌 자체도 드문 일이지만, 철저한 통제가 이뤄지는 공항 인근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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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헬기, 허가된 항로에서 벗어났나?

뉴욕타임스(NYT)는 31일(현지시간) 익명의 관계자 4명을 인용해, 충돌 당시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시코르스키 H-60)가 허가된 비행 경로와 고도를 벗어나 있었다고 보도했다. 로널드 레이건 공항 관제탑은 헬기에게 고도 200피트(약 60m) 이하로 포토맥강 동쪽 제방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허용했지만, 사고 당시 헬기는 이 항로에서 약 800m를 벗어나 고도 300피트 이상에서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당시 관제 교신 내용도 주목된다. 라이브ATC에 공개된 음성 자료에 따르면, 관제사가 "여객기가 보이느냐"고 묻자 헬기 조종사는 "여객기 뒤를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직후 충돌이 발생했고, 관제사의 비명이 녹음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장면이 촬영된 영상에서는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던 여객기에 헬기가 접근하면서 충돌 후 화염에 휩싸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군의 야간 비행 훈련, 적절했나?

군 헬기의 야간 비행 훈련이 적절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케빈 크레이머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다코다)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레이건 공항은 활주로가 복잡하고 공역이 혼잡한 곳"이라며 "이러한 환경에서 군 헬기가 야간에 비행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NN은 미 육군 항공당국이 사고 당시 헬기 조종사가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있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야간투시경은 조종사가 수면과 하늘을 혼동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하지만, 미 육군은 이를 의무화하지 않고 있다. 사고 헬기 조종사는 비행경력 1000시간 이상의 베테랑이었고, 부조종사 역시 500시간 이상의 경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관제 인력 부족, 사고 부른 예견된 인재였나

사고 당시 관제 인력이 부족했던 점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 연방항공청(FAA) 내부 예비보고서에서 사고 발생 시 공항 관제 업무를 단 한 명의 관제사가 담당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레이건 공항은 오전 10시부터 밤 9시30분까지는 두 명의 관제사가 각각 항공기와 헬기를 나눠 관리하지만, 해당 시간 이후에는 단독 근무 체제로 전환된다. 하지만 사고 당시(밤 8시53분)에는 규정과 다르게 이미 한 명에게 모든 업무가 인계된 상태였다는 점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FAA는 사고 당시 관제사 배치가 정상적이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현재 레이건 공항의 자격을 갖춘 관제사는 19명에 불과하며, FAA와 관제사 노조는 최소 30명의 관제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충돌 방지 시스템, 왜 작동하지 않았나

전문가들은 민간 여객기에 장착된 충돌 방지 시스템(TCAS)이 낮은 고도에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TCAS는 주변 항공기를 감지해 충돌 위험이 발생하면 조종사에게 경고를 보내고 기동을 유도하는 장치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항공기가 500피트(약 150m) 아래로 내려가면 이착륙 과정으로 간주돼 시스템이 자동으로 해제된다. 사고가 발생한 300피트 상공에서도 TCAS 경보가 울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군용 헬기에는 TCAS가 기본 장착되지 않는 점도 변수로 작용했다.

이번 사고는 2009년 이후 미국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 중 최악의 인명 피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60명과 승무원 4명, 군 헬기에 탑승한 군인 3명 등 총 67명이 전원 사망했다.

사고는 워싱턴DC 로널드 레이건 공항 인근에서 발생했다. 아메리칸항공 산하 PSA항공 소속 소형 여객기가 착륙을 시도하던 중 미 육군 블랙호크 헬기와 공중에서 충돌한 후 포토맥강에 추락하면서 참사가 벌어졌다.

사고 원인에 대한 미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와 미 육군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전문가들은 항공 통제 시스템의 개선과 군·민 항공기 간 운항 조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